본문 바로가기
School & activities

Yearbook/졸업앨범 Pictures don't do the justice! (실물이 낫다!)

by 헨리맘 2020. 7. 31.

지난주 아들의 학교에서 Yearbook을 픽업했다. 마스크를 낀 선생님에게서 차 창문으로 건네받은 Yearbook을 챙겨 나오는 길,  학교에는 언제쯤 예전처럼 갈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했다. 게다가 헨리의 학교는 지금 이 동네 Covid-19 Testing Center 중 하나인데, 그 들어가는 입구가 같아 내 앞에 서 있던 차 한 대는 좀 기다리다가 차를 뺐는데, 아마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었나 보다.  Yearbook 픽업하는 차량 대기 줄이 Testing 대기 줄이라고 착각했나 보다. 한 십여분 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는 차량을 대여섯대 이상 본 듯 해 하루 1만 명씩 추가되는 텍사스 코로나 수치가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Yearbook"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한국으로 치면 졸업앨범이다.

 

미국식 졸업앨범인 Yearbook에는 졸업생 뿐만 아니라 전교생 사진이 다 나와있다. 그리고 경직된 표정의 개인별 사진과 반 단체 사진 위주였던 한국에 비해 앨범 안에는 좀 더 다양한 학생들의 학교 활동 모습이나 학생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담겨 덜 경직되고 개인별 사진도 웃으며 찍어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차이인 듯싶다.

 

이번에 헨리는 Yearbook을 안 사겠다 해 신청을 안 했는데, 부탁받은 친구 걸 대신 받아와 구경은 다 할 수 있었다. 앗! 보다 보니, 아들의 오케스트라 클래스 사진이 없었다. (난 이런 오류 등을 좀 잘 발견하는 타입이다. 살짝 직업병인데 여전히 남아 있는 습관 중 하나이다.) Electives(선택 과목)인 Band(밴드), Choir(합창) 클래스별 사진 및 운동부 사진도 다 있는데 오케스트라 클래스만 사진이 전혀 없길래 아들에게 얘기하니,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실수로 몽땅 빠진 거였다. (ㅋ 이런 실수 미국은 용인이 된다.)

 

헨리도 초등학생 때 매해 Yearbook을 받아왔는데, 마지막 날은 친구들끼리 Yearbook 맨 뒤편에 서로 글을 남기기도 했다. 

 

Yearbook은 학교 마지막 날에 나눠주었는데, 항상 아들의 초등학교 마지막 날은 Superkids Day라 해 엄마들도 학교에 총출동해 애들의 뛰노는 모습을 지원하고 지켜보던 날이었다. 특히 5학년 마지막 날 초등학교를 이제 떠난다는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5학년 여학생 친구들은 서로 글을 받으려고 동분서주하며 Yearbook을 끼고 다니던 모습이 기억난다. 반면 헨리는 물론이고 남학생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쿨하게 뛰어 놀기만 하던 상반된 모습이 떠오른다. 

 

 

 

초등5 Yearbook (헨리는 좌 위쪽 곤충 해부 모습과 우 위쪽 잘 안보이는 학생회 사진에~)

 

 

Yearbook 받자마자, 전체를 쓱 한번 보더니 헨리는 자기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며 시큰둥하다. 남자애라 사실 잘 나왔어도 한번 보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사진이 실물에 비해 못 나왔을 때 하는 표현을 함께 얘기해 본다.

 

"The pictures don't do the justice. "

"This photo doesn't do the justice."

 

do justice to someone/something (to do someone/something justice)의 의미는 '~을 정확하게, 공평하게 표현하다/나타내다'이다. 사진이 실물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했으니, 결국 사진이 실물에 비해 별로, 실물이 낫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실물에 비해 사진이 잘 나왔을 때는 간단한 단어인 "photogenic"을 쓰면 된다. 실제로 우리 강아지 해리는 내 생각엔 실물에 비해 사진은 정말 너무 귀엽고 예쁘게 나와 한 사진발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은 보더텔라 주사(Bordetella vaccine: 개 감기 주사, 개도 매해 예방접종을 해야함) 맞고, 그루밍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일찍 Vet에 내려다주고 왔다. (이따 보면 더 이뻐지겠군!)

 

"My pet, Harry is so photogenic! "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된다.

 

 

내 배 위 앉는 걸 좋아하는 우리강아지 해리 최근 모습

 

 

난 생각해보면 졸업앨범마다 별로 잘 나온 적이 없던 것 같다. 어쩌면 나 말고도 다들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평상시 잘 웃는 편이고 사진 찍을 때도 난 웃으며 찍는 타입인데 졸업앨범은 입을 너무 꽉 다물고 화난 표정을 지으며 찍어 항상 선생님이 다시 찍으라고 고른 사진의 주인공이었다.

 

특히 중학교 3학년 때 그때도 역시 졸업앨범 사진이 나오자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비롯해 3명에게 사진이 잘못 나왔다며 다시 찍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봐도 그때 사진은 내가 입을 너무 심하게 꽉 다물고 있었다. 사진기사가 다시 학교로 오지 않기 때문에 우린 직접 정한 날까지 사진관으로 가서 사진을 다시 찍어야 했는데, 사진관이 찾아보니 거리도 멀고 대중교통이 복잡해 셋이서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때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었는데, 한참을 가던 택시 기사가 갑자기 정육점 빛깔의 벌건 불이 보이는 이상한 좁은 도로로 들어갔다. 아마도 그곳은 지금은 없어졌을 어딘가 뒷골목이었던 거 같은데, 야한 옷을 입은 여인들이 통 창문이 달린 집집마다 나와 밖에 서 있었고, 난 택시 뒷자리에 같이 앉았던 두 친구와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급기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가는 길에 소곤소곤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그 골목을 막 벗어나자마자 얼마 후 사진관에 도착해 정말 도망치듯이 우린 택시에서 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골목이 그 사진관을 가는 지름길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인 어린 여학생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그 아저씨는 왜 굳이 그런 도로를 뚫고 지나갔던 건지 그분의 정신세계가 궁금할 뿐이다.

 

그런 뒤 사진을 다시 찍고 돌아오던 길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잘 왔었나 보다. 사진을 새로 찍은 건 둘째치고 우리 셋은 그때 당시 정말 충격이 컸다. 나중에 받은 졸업앨범을 펼쳐보니 다시 찍은 개인별 사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을 다시 찍은 학생들만 유난히 크게 나와 오히려 너무 도드라졌고 난 이번에도 여전히 입술을 꽉 다문채 뭔가 화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