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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아들은 운동 & 부모는 도네이션 (Jog-A-Thon)

by 헨리맘 2020. 7. 23.

미국에 살며 자의 반 타의 반 도네이션(Donation) 할 일은 참 많다.

 

특히 헨리 초등학교 땐 크고 작은 펀드레이징 행사가 있어, 도네이션에 참가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Jog-A-Thon 행사이다.

 

Jog-A-Thon은 가장 큰 펀드레이징(Fund Raising) 연례 행사이다. 애들이 당일 몇 바퀴를 달렸는지에 맞춰 도네이션을 하거나 일정 액수를 기부하는 모금행사였는데, 매해 모금액 목표가 있고 도네이션 하는 금액에 따라 애들은 선물을 받았다. 다들 받은 선물을 미리부터 가방에 달고 다니곤 해, 아들도 Jog-A-Thon 봉투를 들고 온 날 이미 받고 싶은 선물을 골라왔다. 

 

보통 도네이션 금액이 높을수록 좋은 선물이 애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야할 금액은 정해져 있지 않고 집마다 알아서 봉투에 써서 내면 되었다. 보통 다른 애들은 주변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 등 온 주변 가족들이 함께 도네이션을 했기 때문에 난 한국에 계신 부모님 몫까지 내가 한다는 생각에 좀 넉넉히 기부했다. 아울러 헨리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다들 좋으셨고 아들을 많이 예뻐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Jog-A-Thon을 하면 학년 별로 약 20분 내외 잔디 공터를 달리게 된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셈이니, 용어의 어원은 조깅(Jo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인 듯싶다. 선생님, 애들, 학부모 혹은 그 어린 동생들 모두 함께 나와 잔디 공터를 달렸는데, 펀드레이징이지만 신나는 축제 성격이며 애들의 건강 증진도 도모한다는 목적이 있어 늘 즐거웠다.

 

 

 

Jog-A-Thon 첫해 맨 앞줄 출발 중인 헨리 (Oct, 2015)

 

이렇게 다들 본인 페이스에 맞춰 달리면 된다

 

 

참가했던 첫 해에 헨리는 손목이 부러져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출발하자마자 넘어졌다. 저걸 어쩌나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하나 신랑과 망설이며 보고 있는데, 아들은 바로 벌떡 일어나더니 얼른 달려 나갔다. 결국 그 아픈 팔을 휘두르며 친구들보다 한 바퀴인가는 모자라게 달렸지만, 끝까지 참여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줬던 게 떠오른다.  

 

다 하고 나면, 애들마다 다들 몇 바퀴를 뛰었는지를 뒤에 달아주는데, 헨리는 늘 제일 많이 뛰는 아이들 축에 속해 으쓱해 하며 친구들과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학부모회)에서 준비해놓은 시원한 아이스 음료를 즐기며 그 해의 Jog-A-Thon을 마무리하였다.  

 

미국 공립학교는 식비 외 학교에 내야하는 돈이 없는 반면, 이런 도네이션 모금으로 학교 발전 기금을 마련한다. 헨리의 학교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여러 발런티어 활동을 하는 학교여서 나도 열심히 따라다니며 도울 수 있는 건 돕고 내야 할 돈은 학교 재정에 일부나마 도움이 되고자 늘 기꺼이 기여했다.

 

사실 "학교를 위해 돈내세요."하는 행사이지만, 애들도 즐거워하고 학교도 도울 수 있으니 의미 있는 행사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에 비해 자의 보다 타의가 좀 더 많은 도네이션은 수영 클럽을 위한 도네이션인 듯싶다.

 

아들이 속한 수영 클럽은 아직 전용 풀장이 없는데 보통 팀별로 나뉘어 동네 고등학교 수영장이나 아웃도어 풀을 강습에 사용한다. 가끔 다들 겨울에도 아웃도어 풀에서 수영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사람들이 놀라는데, 나 역시 처음에 휴스턴에 와서 깜짝 놀랐다.

 

휴스턴은 여름이 길고 대체적으로 덥긴 하지만, 12월~2월 사이는 역시 겨울이라 다소 춥긴 하다. 한국과 같은 영하의 추위와 쌩쌩 부는 겨울바람이 있지는 않지만, 한국처럼 영하까지 온도가 내려가는 날이 아주 가끔씩 있다. 보통은 화씨 40~50도(섭씨 5~10도) 이하쯤이 겨울 날씨이다. 겨울이라고 해도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이런 날씨에 밖에서 수영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물을 뜨겁게 한다 해도 그 바깥 온도는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올해 여름부터 팀이 바뀌어 아웃도어 풀에서 수영을 시작한 헨리가 12월이 오면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벌써 춥다.

 

(해병대 훈련이 물론 훨씬 더 힘들겠지만, 듣기로는 애들이 춥고 비 오는 겨울날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해병대 뺨친다고 들었다. 이곳은 비가 억세게 와도 번개가 치지 않는 한 아웃도어 수영이 취소되지 않는다...)

 

이런 수영 클럽도 매년 내는 수영비 외에 매해 도네이션 행사가 두 번 있는데, 이건 자발적이 아닌 필수다. 금액을 더 내는 건 상관없지만, 가족당 일 년에 내야 할 금액도 정해져 있다. Swim-A-Thon 외 작년에 새로 추가로 생긴 도네이션 행사로 인해 이를 두고 부모들의 뒷말이 좀 있었는데, 그러면서 일부 학생들이 (이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수영클럽을 떠나기도 했다. 

 

매해 하는 대표적인 펀드레이징 행사인 Swim-A-Thon은 USA Swimming 소속 전 클럽이 매해 하는 행사일 것이다. 예전 오클라호마에서도 했었다. Jog-A-Thon처럼 애들이 각자 수영을 한 랩만큼 도네이션을 해도 되고, 정해진 금액을 미리 도네이션 해도 된다. 이 날 애들은 수영도 하고 수영이 끝나면 풀장에 따로 마련한 스낵 파티를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날이다. (Swim-A-Thon 역시 수영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보면 된다.)

 

매해 난 아들이 수영할 때 꾸준히 도네이션하고 있다. (반강제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전용 풀장이 언제 지어질지, 과연 지어진 그 풀장을 우리 아들이 이용하게 될지 좀 의문이 들긴 한다. 

 

올해 Swim-A-Thon 행사는 코로나 때문에 원래 일정에 못하고 최근 연습날 중 하루, 스낵 파티 없이 팀별로 수영만 한 채 끝났다. 이제 수영 시즌은 롱코스 경기 한 번 없이 곧 마무리될 예정라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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