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주행의 미국식 표현이 Binge-Watching이다. TV 드라마 여러 편을 줄기차게 이어서 볼 때 쓰는데,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제는 지겨워질 만큼 Binge-watching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아 잘 보지 못했던 한국 드라마를 이 시기에 다소 섭렵했다.
문제는 그 첫 단추를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의 완벽한 연기 조합과 다음 회를 바로 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든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졌던 드라마 "시그널"로 여는 바람에 너무 눈이 높아져 버린 것이다. 난 한국에서도 드라마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고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예컨대, 이종석이 주연인 드라마, 너목들, 당잠사, W, 등등 ㅋㅋ )에만 가끔 빠지는 타입이다.
반면 신랑은 로맨틱 드라마를 원래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드라마를 발견하면 그 드라마를 몇 번이건 반복해 보는 수준이라 어찌 보면 신랑이 더 아줌마 취향이다. 아들은 이미 짧고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에 길들여져 있어 웬만큼 잘 만들어지지 않은 드라마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편이다. 특히 아들은 액션과 추리가 적절히 가미된 드라마 류를 좋아하는데, 다소 폭력적이긴 하지만 "나쁜 녀석들 1"을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그간 이런저런 명품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한동안 우리는 TV를 멀리 했다. 난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갈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 그러면서 드라마 Binge-watching은 그냥 시들해져 버렸다.
최근에 신랑이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며 함께 첫 회를 본 게 "비긴 어게인 코리아 시즌4"였다. 그러다가 예전 한국 갔을 때 그해 여름에 시작했던 "비긴 어게인 시즌 1"을 너무 감동하며 봤던 기억이 났다. 힐링되는 음악 프로그램이었는데 찾아보니, 그 뒤로도 여러 시즌이 나왔고 우린 그냥 시즌 2로 돌아가 뒷북 방송 시청을 시작했다. 늘 흔하게 접하는 팝송도 꽤 즐겨듣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예전 좋아하던 한국 가수들의 노래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애정이 간다. (음악 프로그램 Binge-watching이라니...ㅋ)
"비긴 어게인 시즌 2"는 배경이 포르투갈이었다.
예전에 친구가 포르투갈로 주재원을 나갔는데, 그 친구 말로는 곳곳이 아름다워서 서유럽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관광을 오는 곳이라며 추천을 했다. 아쉽지만 직접 가볼 기회가 있지는 않았다. 듣던 바대로 포르투갈의 이국적인 배경은 서유럽과는 또 다른 멋짐과 매력이 있었고, 난 특히 박정현, 하림, 헨리, 악동뮤지션 수현팀이 버스킹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완전 이 프로그램에 빠져버렸다.
하림은 예전에도 좋아했던 가수였는데, 내가 알던 곡은 두어 곡이었는데 이번에 알게 된 좋은 곡이 있었고 팀을 리딩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져 매력적이었다. 박정현은 말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박정현인데. 어쩜 그 작은 체구에서 그렇게 파워풀한 보이스가 나올 수 있는 건지, 매번 박정현의 노래는 소름이 돋으며 듣게 되고 프로그램 중심에 그녀가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다. 하림과 박정현은 오래된 친구였는데, 둘의 편안함이 이 버스킹의 팀워크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한 몫해 보였다. 역시 오랜 친구는 늘 좋다.
헨리는 우리 아들과 이름도 같은데 성격도 왠지 비슷해 보이면서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에 건반이며 노래까지 잘하고, 게다가 자기 맡은 바에 대한 성실성과 책임감이 대단해 보여 칭찬해 주고 싶었다. 수현은 어릴 적 양배추 인형이 자꾸 생각났는데, 신이 그녀에겐 참 예쁜 목소리를 선물로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현 옆에 있어도 예쁜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조화가 잘 이루어져 너무 예뻐 보였다.
다들 한국에서 이미 예전에 이 프로그램을 보셨을 거라 생각되지만, 보면서 다시 들어도 좋을 곡들을 공유해 보겠다.
박정현이 이 "꿈에"를 독창하는데, 포르투갈 현지인들의 표정이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할 수가 있는거야?!"하는 얼굴이었다. 한국어를 비록 모르더라도 좋은 음악은 통할 수 있고, 훌륭한 가창력과 섬세한 감성은 감동을 준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박정현 이 언니는 언제 들어도 정말 노래를 너. 무. 잘 부르신다...) 예전 "나는 가수다"를 보며 박정현은 인간이 아닌 걸로, 그냥 인간 이상의 노래를 부르는 예쁜 괴물로 여기기로 했다.
하림의 "출국"이란 노래를 예전에 너무 좋아했다. 하림은 특징이 노래 부를 때 담담하게 꾸밈이 없이 부르는데, 그 자체가 그냥 감동을 주는 뮤지션인 듯 싶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들으며 또 한 번 그 생각이 들었다. 담백하게 자기의 얘기를 하는 듯한 창법이 더 와 닿고 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좋고, 헨리의 바이올린 연주는 고급지며 잘 어울렸다. 그날 밤 아들 헨리는 갑자기 그간 손도 안 대고 있던 바이올린을 이층에서 꺼내 들고 와서는 악보를 펼치고 안 하던 연습을 했다.
이선희는 친정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이다. 나도 어릴 때 같이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녀의 노래를 수현의 맑고 예쁜 목소리로 들으니 색다르면서 더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수현의 목소리는 들으면 와인 한 잔이 생각나는 그런 음색인 듯 싶다. 그리고 웃을 때 광대뼈가 도드라지는 동그란 얼굴이 볼 때마다 귀여운 듯하다. 예전에 처음 볼 때 악동이던 꼬마가 숙녀가 되어 더 귀여운 느낌이 드나 보다. (어느덧 이런 친구들을 보면 엄마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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