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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톨스토이 단편선 착하게 살자 교훈 & 옛러시아 생활상 엿보기

by 헨리맘 2020. 9. 27.

오래전 감명 깊게 읽은 영어소설이 있어 소개하려니, 까마득히 그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읽어야하나 하던 차 바로 옆에 꽂혀 있던 "톨스토이 단편선"을 집어 들었다. 예전 동네에 미국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헨리맘 책 좋아한다며 어느날 챙겨주셨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오랜만에 한글로 된 책을 읽으니 그 읽는 속도가 광속으로 느껴졌다.

 

 

 

책 속에도 겉표지 같은 삽화가 군데 군데 있는 책

 

 

 

안나 까레니나 포스팅 때 발견했지만 그간 책장에 있던 이 책은 내게 읽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는 느낌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 읽고나니 이해가 되었다. 이 단편선은 톨스토이가 러시아 민중 교화를 위해 지은 소설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책 전체에 흐르는 한 가지 주제는 "남을 사랑하고 도우며 착하게 살자" 여기서 덧붙이자면 "그리스도를 섬기며" 였다. 

 

가장 유명한 단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시작으로 읽어가는데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울러 항상 착하게 살아라며 왠지 나무라는 듯한 느낌도 공존했다. 특히 제일 마지막 "세 아들"을 읽고 나면 쾌락이나 이기적 자아실현에 대한 일침을 가해 혼나는 느낌마저 들기까지 했다. (저 정말 착하게 살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고 외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ㅋㅋ)

 

안나 카레니나 소설 전반이 러시아 귀족 계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소설 속 단편들은 모두 민중들 삶에 맞춰져 있다. 흡사 조선시대 농민의 삶에 대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듯 했다.

 

러시아가 추운 나라여서인지 농민들은 일을 할 채비 전에는 늘 구두를 단단히 꿰매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거나 때때로 보드카나 술을 마시는 듯 했다. "어떻게 작은 악마는 빵 조각을 보상하였는가"엔 술에 대한 경계도 나오지만 농민들에게 술은 차만큼 언 몸을 녹여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던 러시아스타일 털모자는 당시 민중들에겐 언감생심의 물건이었나 보다.

 

대부분은 지주의 소작농으로 농사일을 하며 살지만 톨스토이는 가난하더라도 정감 넘치고 선한 마음으로 콩 한 쪽이라도 나눠먹을 수 있는 사람의 착한 심성을 강조한다. 특히 "촛불"에는 지주를 위해 농사일을 하던 농민들의 어려운 삶을 그리는데 러시아 역시 흉년/풍년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듯 했다. 꼭 그렇듯이 농민을 착취하고 자기 욕심만 챙기는 중간관리자가 여기에도 있었다. 물론 그 악행으로 인해 하느님께 천벌을 받는 모습도 나온다. 

 

1879년 소설의 뼈대가 만들어졌다 하니 옛 러시아 민중의 사회상를 보면 특히 조선시대의 남존여비 사상도 보인다.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가장이며 대표임을 강조하는데, 그래서인지 대부분 단편 소설 속 주인공은 남자이기도 했다. 이 부분은 늘 아쉽지만 그 당시 시대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아울러 소설 속 농민들은 도깨비를 나쁜 악마로 묘사하는데, 아들 어릴 적 읽어주던 한국 전래동화에서도 도깨비는 늘 그런 존재였다. 나라가 다르더라도 민화나 민담 속에 도깨비의 역할이 사뭇 비슷한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맞춰 "사람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두 노인"에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마찬가지로 인간사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며, 기독교 신앙을 실천하는 삶을 강조한다. 난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남을 돕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은 종교 막론하고 중요한 가치인지라 주특기인 삐닥선 타기는 유보했다. 교회를 몇 번 다닌 적 있었는데 가끔 교리나 성경말씀에 의구심 또는 궁금증이 생겨나곤 했는데,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강조해 비판의 여지가 없었다.

 

끝으로 톨스토이는 "바보 이반," "달걀만한 씨앗"을 통해 자본에 대해 비판하며 사회주의 사상을 옹호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회주의 사상이 내세웠던 다같이 평등하고 권력/돈에서 벗어난 공동의 이익을 지향하는 사회는 실현되지 못했다. 욕심에 대한 사람의 경계를 알리고자 한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과도한 욕심의 화를 보여준다. 아마도 톨스토이가 염원하던 그런 이상적인 사회는 현실에서는 다소 실현되기 어렵지 않았나 싶다. 

 

이 책도 영어로 읽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과 아울러 톨스토이의 다른 책들도 더 찾아 읽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진리를 어떤 각도에서 펼칠 지 대가의 책이 남기는 궁금증과 여운은 늘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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