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apting to daily journeys

소설가가 될거야, 신춘문예 응모기

by 헨리맘 2020. 9. 1.

댈러스 한인 미용실에서 우연히 보게 된 텍사스 중앙일보에 "신춘문예"에 대한 광고가 있었다. 당시, 신문을 보고 "바로 이거야!"하며, 당시에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소설을 쓰는 일이라며 확신에 찼다. 뭔 자신감이었는지 그 공고는 마력처럼 나를 끓어 당겼고 난 소설가가 되야겠다며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접한 신춘문예 관련 공고

 

 

 

글을 통해 타인의 희노애락에 대해 공감하게 만드는 소설가를 난 늘 존경했다. 그래서 나는 남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특히 에세이나 논픽션보다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 일에서 떠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살게 되며 생각도 많아지고 종종 그런 생활을 글로 엮어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긴 했지만 다 커서 이젠 일기도 쓰지 않고, 그저 기록하고 싶은 일상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공유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 욕구 때문에 이렇게 소소하게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일단 모집마감 일정에 맞춰서 80매 내외의 "단편소설"을 쓰기로 결정하고, 어떤 글감을 쓸지 대략적으로 생각했다. 3,000자 정도의 글을 쓰는 거라 대학원 때 쓰던 에세이 수준이니 어렵지 않겠다 생각하고 덤벼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대학원 때처럼 영어로 써야 하는 게 아니라, 한글로 쓰면 되니 이건 너무 쉽겠지 하며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싱글맘이 된 후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해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해리포터 작가 제이케이 롤링(J. K. Rowling)처럼 되라며 헨리는 엄마를 응원했다. 아들의 꿈은 언제나 원대했다. 예전에도 회사 다닐 적에 엄마 회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서 회장님이라고 하니, 그럼 엄마는 회장님이 되라고 하던 헨리이다. 당시 아들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소설을 쓰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놀랐던 점이 두 가지 있었다.

 

미국에 몇 년 간 살았다고 맞춤법이나 어휘력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안공식(개콘을 예전에 보셨다면, 뭐든 정확히 맞아야 하는 캐릭터)인 신랑에게 몇 장 써본 초안을 읽어보라 건네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하며 글 잘 쓰던 네 한글이 왜 이렇게 되었냐며 타박이었다. 사실 블로그를 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이슈이기는 하다. 그간 영어가 엄청나게 늘지도 않았는데, 우리말로 글을 쓰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했다. (어릴 적에 나는 논술을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고, 대학생 때는 늘 학점을 잘 맞는 레포트의 달인이기도 했는데 말이다. ㅋ)

 

그리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던 글 쓰는 작업(?) 스타일에 또 놀랐다. 3,000자를 쓰기 위해서 미리 계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쓸 때는 생각보다 계획이란 게 통하지 않았다. 대학원 때 2,000자 혹은 3,000자 에세이 숙제를 하기 위해서 미리 참고 문헌을 다 찾아놓고, 찬성하는 또는 반대의 논리를 펴는 학자들 별로 인용할 자료를 미리 복사해 정리해두었다. 아울러 중간중간 생각이 날 적마다 관련 자료와 함께 메모를 해두어 전체적인 골격을 글 쓰기 이전에 마련해 두었고, 글쓰기는 제일 나중에 한 작업이었다. 

 

반면, 소설을 쓸 때는 미리 구성을 계획하려고 했지만 전혀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 계획을 마무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목을 먼저 생각했다. 내가 처음 신춘문예에 제출한 소설 제목은 "터키 마운틴"이었다. 그리고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워드를 펴고 글을 작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글이 술술 써지면서 머릿속의 생각이 그대로 글로 작성되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 계획 없이 노트북을 펼칠 적마다 즉흥적으로 글을 쓰고 있던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나름 첫 소설을 심혈을 기울여 썼는데 다 쓰고 나니 약 3,000자였다.

 

텍사스 중앙일보에 내 처녀작(?)을 제출했고, 그것만으로도 그때는 가슴이 벅차 꽤 뿌듯했다. 삼개월 쯤 후에 아쉽게도 당선되지 못했다는 메일을 받았지만 대신 새로운 신춘문예 기회를 알려주며, 동참해 달라는 안내를 같이 받았다. 소설 쓰기는 계속 해보리라 생각했었는데 그해 여름은 부모님께서 방문하시고 전혀 글 쓸 시간이 나지 않았고 재도전은 하지 못했다. 

 

이후 알아보니 신춘문예는 신문사에서 예술문학단체, 출판사 등에서는 신인상 공모가 매해 열리고 있었고, 10월경부터 시작해 대개 12월이 마감이었다. 신춘문예 제출 원칙은 같은 글의 중복투고가 금지되며, 단편소설, 중편소설 등 글의 길이나 1편 혹은 2편 제출 등 응모 기준이 주최측에 따라 각각 달랐다. 이후 소설을 한 편 더 썼다. 제목은 "향모텔". 이번에는 다 쓰고 나니 3,800자 정도였는데, 이 두 편의 소설로 당시 신춘문예에 대해 찾아보며 시기가 맞던 예술세계 신인상 공모에 도전해볼까 했지만 끝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지금도 두 편의 단편소설은 잘 저장되어 있다. 언젠가 다시 소설 쓸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두 편의 소설을 쓰는 동안 나답지 않게 즉흥적으로 글 쓰는 내 모습이 나름 꽤 예술가스러워 (마치 이젤 앞에서 손을 휘두르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양 느껴지며) 혼자 만족하면서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당시 부엌 옆 내 작업공간 (예전 창문이 기억나신다면, 그 바로 옆입니다^^) 

 

 

 

끝으로 혹시 한때의 나같이 신춘문예 지망생을 위해 신춘문예 공모 관련해 간단히 정리한다. 

 

  • 공모 발표 시기: 신문사별로 상이하나, 매해 10~11월 경
  • 공모 부문: 시/시조/동시(2편 혹은 3편 이상), 단편소설(원고지 80장 안팎), 동화(원고지 25/30장 안팎), 드라마/희곡/시나리오(원고지 80장 안팎) 등
  • 응모 방법: A4 용지에 출력하거나 원고지에 직접 써서 제출, 단 우편으로 각 신문사별 정해진 기한 내 원고가 도착해야 접수 유효
  • 응모 기한: 대부분 12월 중
  • 수상 시: 각 신문사별로 300만원~700만원 상금, 일간지 신춘문예 통해 등단 기회
  • 유의 사항: 타 신춘문예와 중복 투고 시 당선 취소, 응모작은 순수창작물이어야 하며 타 신춘문예 중복 투고, 기 작품 표절, 이미 발표한 작품일 경우 당선 즉시 취소, 낙선 원고 되돌려주지 않음
  • 심사 기준: 작품성과 대중성을 일정 수준 이상 두루 갖춘 경우 당선, 출판사 신인상에 비해 다소 심사위원의 연령대(50~70대 원로 문인이 매년 신문사별로 바뀜)가 높아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걸로 알려짐 

 

[전업주부 벗어나기 여정 관련 이전 글]

 

미국에서 전업주부 벗어나기 여정 첫이야기 (feat. 구직앱 정보)

글을 매일 쓰게 된 일상 자체가 요즘은 즐겁다. 지금 떠올려 보면, 미국에 와서 처음 3 년간은 한국모드에서 미국 모드로 나를 바꾸기 위한 시간이었다. 여기 생활에 대해 좀 알고 사람들도 익숙�

feelingmoments.tistory.com

 

댓글